린노스케는 시들어 있는 게 아니고,
호의를 가지고도 마음 속에 은밀히 숨겨두는 타입일지도 모른다.
……아마.
그리고 앨리스에게는 안경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동방창상화에 업 한 녀석입니다.
린노스케 앨리스
마법의 숲 안에 있는 인형 저택에 발을 디디자, 수많은 눈동자가 린노스케를 응시해 왔다.
숲 안에 있으면서도 밝고, 물건은 많지만 깨끗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었다.
어슴푸레하고 지저분하게 어질러진 향림당과는 정반대였다.
「수고했어. 짐은 거기에 놓아줘」
「응, 알았어」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리자, 곧바로 인형들이 모여 들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앨리스가 향림당에서 산 것은 바깥 세계의 옷이다.
찢어지거나 착용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앨리스는 주로 그런 물건을 선택해 구입하고 있었다.
입을 수는 없어도 디자인의 참고가 되며, 인형용의 옷감에 사용할 수 있다.
바깥 세계의 옷감은 환상향에 있는 것 보다 훨씬 좋은 옷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많다.
물론, 마력 부여등의 특수 효과는 바랄 수 없겠지만.
게다가 하타기레端布(*1)에 가깝기 때문에, 보통 옷보다 훨씬 싸다.
「옮겨주기까지 하다니 미안하네」
「너는 고객이니까. 이정도는 장사에 일부야. 하지만……」
린노스케는 재차 자신이 가지고 온 짐을 바라보았다.
방금전부터 인형들이 정리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반뿐.
아무리 싼 옷뿐만이라고 해도, 이만큼의 양이라면 그만한 가격이 된다.
「상당히 잘 되가고 있나 보군」
「응, 덕분에」
이번 양은 지금까지 그녀가 구입한 것 중에서 가장 무리를 했다.
그 때문에 린노스케가 배달을 하게 된 것이다만…….
앨리스의 집에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결국 안내를 부탁하게 됐다.
「그럼, 나는 이만……」
「거기에 앉아 있어. 차를 끓여올게」
「아, 응……」
짐을 놓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타이밍을 놓쳐 버려, 어쩔 수 없이 앉는다.
요괴라고는 하지만 성숙한 여성이 이렇게도 간단히 이성을 집에 들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뭐, 만약 린노스케가 덮치려고 해도 즉석에서 당한다는 결말일 것이다.
혹은 그런 대상으로 생각되지 않는 것인지도.
……양쪽 다일지도 모른다.
린노스케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쓴웃음을 띄웠다.
꺼림칙한 속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남자로서의 프라이드라는 것도 있다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앨리스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소녀다.
이렇게 당당히 방에 초대되는 것도 부수입이지만……조금 복잡한 기분이었다.
「홍차로 괜찮을까?」
「아아, 상관없어」
부엌에서 날아 온 앨리스의 질문에 대답해……기분을 바꾼다.
재차 주위를 바라보자, 주인의 성격이 잘 나와 있는 방이었다.
인형이 깨끗하게 정렬되어 있고, 그 모든 인형이 하나하나 차이가 있다.
방금전까지 짐을 정리하고 있던 인형들도, 일을 끝내고 원래 장소로 돌아간 것 같다.
조금 열린 공간이 있는 건 재봉 장소인걸까.
거기만은 약간 어질러져 있고, 만들다 만 인형 같은 것이 놓여져 있었다.
「응?」
선반 일각에 본 적이 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모여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니, 정확하게는 본 적이 있는 모습을 한 인형이다.
「이건 마리사……그리고 이쪽은 레이무인가.
정말 닮았는걸」
린노스케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반에 다가간다.
3등신 정도의 인형이 정렬되어 있었다.
특징을 잘 잡아 본인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곧바로 알 수 있다.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은 만들어 두고 있어」
린노스케가 선반을 응시하고 있자,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뒤돌아보자, 앨리스가 테이블에 홍차가 들어있는 티컵을 두면서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띄우고 있다.
「즉시 여자아이의 방을 물색하는 거야? 감탄할 수 없네」
「너무 잘 만들어져서 말이야. 참을 수 없었어」
「그래」
그녀는 그 이상 아무것도 말해 오지 않았다.
허가가 나왔다, 라는 것이다.
또 한 번, 차분히 바라본다.
「과연, 실재 인물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
인형의 본래 조건인 사람형태를……」
「그렇게 찾아봤자, 당신의 인형이라면 없어」
「…………」
앨리스의 한마디로, 린노스케는 말을 끊었다.
말없이 자리에 앉아, 홍차를 훌쩍거린다.
약간 지나서, 린노스케는 낙담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별로 나는 그런 생각으로 보고 있던 게 아니야」
「그렇게 욱할거 없잖아」
앨리스는 이상하다는 듯이 웃었다.
웃어지고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니었다면 정신없이 봤을지도 모른다. 그런 미소.
「만들지 않은 건 아니야. 팔려 버렸어」
「팔렸어? 인형의 판매도 하고 있었나?」
「옛날에는 하지 않았지만, 최근 자주 부탁받아서……」
그렇게 말하고 앨리스는 재봉용 책상을 봤다.
그 말은, 저기에 있는 것이 린노스케 인형일지도 모른다.
「좀 전에 말했지? 덕분에, 라고」
즉 그 옷을 산 자금이라는 것은, 린노스케의 인형대금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놀랐어?」
「아아, 그런 호기심이 있다는 것에, 말이지」
「어머? 상당히 인기인데?」
「뭐에 사용한다는 건지……」
앨리스는 으응~, 하고 생각하다가 탁 손을 친다.
「그러고 보니, 한밤중에 못을 치는 저주라는 것도 있을 것 같네……」
「그만둬, 재수 없어」
「후후, 농담이야. 그런 일에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팔지 않아」
웃는 앨리스.
이런 성격의 소녀였나 린노스케는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뭐랄까……평소보다, 빛나 보인다.
「팔리자 마자 만든 거지만, 흉내내지 못한 것도 있어」
앨리스가 손가락을 흔들자, 레밀리아와 프랑돌의 인형이 앨리스의 재봉책상에 살짝 떠올라, 선반에 들어갔다.
그리고 린노스케에게 시선을 되돌려, 기분이 안좋은 표정으로 흘겨 본다.
「당신의 옷, 어려워」
「그런가?」
「그래. 게다가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불평해 오니까 말이야. 전에도 레이……아니야」
어흠, 하고 헛기침.
그리고 앨리스는 린노스케를 찌릿하고 쏘아본다.
「그래서, 잠깐 당신의 옷을 조사하길 원하는거야」
「……지금부터?」
「지금 이외의 언제 하겠어?」
말하자마자 빠르게, 린노스케는 인형에게 구속되었다.
소매를 잡아져 서게 된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고 앨리스는 린노스케의 신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뭔가 말하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단골손님이며, 고객이다.
기분을 해치는 것은 유리한 계책이 아니다.
게다가 어디까지나 린노스케의 옷에 흥미가 있다는 것은 그것도 고물상의 상품의 일부……일 것이다.
「흐응, 의외로……그렇게 가늘지 않구나」
「어딜 보는거야, 넌」
「인형을 위해서야, 인형말이지」
린노스케의 자기 변호도, 그녀의 말에 시원스럽게 무너진다.
단념하고, 당분간 될대로 되라는 듯이 있는다.
뭐, 위험이 있는 건 아니니까.
「이 상자는 뭐야……?」
앨리스의 하얀 목덜미가 린노스케의 시선을 찔러온다.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은, 밀착해 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기분탓인 걸까.
심장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마음 속으로 초조해 한다.
린노스케도 여성에게 흥미가 없는 건 아니다.
단지, 여러가지로 어려운 것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도 역시 남자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복잡한 심경에 빠진다.
……고물상의 주인으로서는 이쪽이 적당한 거 아닌가?
다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잠깐 옷깃, 보여줘」
앨리스는 발끝으로 발돋움 해서, 린노스케의 목덜미에 손을 늘렸다.
옷감의 흐름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알고는 있지만, 구석에서 보면 얼싸안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 되니까 곤란하다.
몹시 곤란하다.
「……아―……」
「이제 됐어, 고마워」
참기 힘들어 린노스케가 입을 연 순간, 앨리스는 만족했는지 미소지었다.
지근 거리에서 시선이 교차. 그것만으로도, 아무것도 말할 수 없게 된다.
인형의 구속이 풀려 다시 허리를 내린다.
홍차는 완전히 식었지만, 지금 기분으로는 그게 더 좋았다.
「……가게로 왔을 때, 옷의 레플리카를 건네주면 되는 거 아닐까」
「어머, 괜찮아?」
간신히 짜낸 말에, 앨리스는 관심을 보인 것 같다.
「……아직도 필요한 거야?」
「말했지. 어려워, 당신의 옷은.
게다가 인형은, 단지 흉내만 내면 된다는 게 아니니까」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종이와 펜을 쥐기 시작한다.
「자아, 잊기 전에 메모 해 두지 않으면」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작업하는 그녀에게, 겨우 평정을 되찾은 린노스케는 흥미를 느꼈다.
「……흉내만 내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인가. 꽤 안쪽이 깊은 것 같군
나도 좀, 인형옷을 만들어 봐도 될까?」
「어머, 할 수 있어?」
「옷을 만들 정도로라면, 말이지」
자신이나 레이무의 옷 정도라면 누워서 떡먹기다.
앨리스만큼은 아니지만, 재봉에는 적당히 자신이 있었다.
「그렇네, 가끔씩은 다른 작자를 참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그럼, 당신은 자신의 옷을 만들어 줘. 사이즈는 이거」
「알았어」
수긍하며, 앨리스에게 이끌리는 대로 재봉 책상에 서로 마주 봐 앉는다.
언제나 가지고 다니고 있던 재봉 세트를 꺼내고, 얼굴을 들자…….
「응?」
「왜?」
「아니, 안경을……」
「아아 이거? 별로 시력이 나쁜 건 아니야. 집중력이 오를 거라 생각해서.
이상……해?」
「……아니, 그런건 아니야」
앨리스는 조금 수줍은 듯이, 얼굴을 등지었다.
일종의 자기암시, 라는 녀석인 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잘 어울린다.
「너무 빤히 쳐다 보지마 ……」
「아, 아아……」
앨리스에게 주의받아 린노스케는 수중의 작업에 의식을 집중시켰다.
……자신의 옷을 만든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고는.
우선 단순히 사이즈가 작다는 것.
인형 크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치수도 다르다.
「생각했지만, 내면은 인형의 머리가 통과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전후로 재단해서, 덮어 씌운 상태로 꿰매면 괜찮아. 윗도리라든가 바지는 나중에 할 수 있고」
「그런가」
……어째서, 난 이렇게 귀찮은 옷을 입은 거지.
불평해도 시작되지는 않는다.
「다 됐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
「빨리 하지 않으면 당신의 인형, 감기 걸려버려」
즉 지금 린노스케 인형은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뭐 이런 수치 플레이가.
「내부 같은 건 됬으니까, 이걸 꿰매줘……」
남은 건 윗도리뿐었지만, 소품등이 많아 수고가 걸리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이걸로 됐을거야」
간신히 완성한 윗도리를 앨리스에게 건네준다.
「……응.
이걸로 됐어……」
앨리스가 조종하자 린노스케 수제옷을 입은 린노스케 인형은 일어서서 인사한다.
그리고 미니츄어 의자에 앉아 인형용의 책을 펼쳤다.
「꼭 닮았네」
「……뭐라 말할 수 없군」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한 탓인지, 린노스케의 신체에는 피로가 쌓여 있었다.
그러나 기분 좋은 피로감이다.
「이걸로 하나는 완수한 것 같군」
「하지만 인형의 옷으로 하기에는 아직 멀었어. 이래서는 팔 수 없어」
「……정진하지」
단지 흉내만 내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그 말대로다.
「깜박하고 길게 머물러 버렸군. 슬슬 돌아가지」
「밤길을 혼자서 괜찮아?」
「무연총에 비하면, 아무렇지도 않아」
밖은 해가 떨어지고 부엉이 소리가 들려온다.
뭐, 밤이라고 해도 린노스케를 덮치는 호기심 많은 요괴는 없다.
「그래, 유감이야」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다음에 또 맡길게」
「아아, 기다리지」
「기다리지, 인가」
조용해 진 방에서, 앨리스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말이 자신 개인에게 향해진 것이라면 얼마나 기쁠까.
손님이라는 필터를 쓰지 않고, 앨리스 개인으로 대해 준다면.
「정말이지, 너무 둔해」
아직도 책을 읽고 있는 린노스케 인형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른다.
린노스케가 돌아간 밤길에 시선을 보내도, 창에는 앨리스의 얼굴이 비칠 뿐.
혼자, 안경 넘어로 비치는 풍경은 평소의 풍경인데도 좀 흐리게 보였다.
그 남자는, 자신이 어떤 기분으로 방에 초대했는지따윈 생각한 적 없는 것일까.
너무 긴장해, 이따금 행동이 이상하게 되버린 이유따윈.
그렇게……밀착해 버리다니.
이상한 아이야, 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지만, 그의 신체를 조사했었을 때의 표정은 재미있었다.
분명 자신이 남자로서 보여지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혼자서 낙담하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가 잘 모르는 자기 변호를 하고 있을 때의 표정은 금방 안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겠지만, 린노스케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 표정에 나오는 타입이다.
게다가…….
쭉, 보고 있었으니까.
「돌아가」
앨리스가 중얼거리자, 린노스케 인형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대로, 재봉책상에서 잘 보이는 위치……앨리스 인형의 근처에 자리잡는다.
「……뭐,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 않아.
팔 수는 없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을 비매품으로 하는 건 린노스케의 나쁜 버릇이다.
그러나 지금의 앨리스는, 그 기분을 잘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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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꽃천의 일본말. 본양장 제책에서 속장 등(背)의 상·하 양단에 붙이는 천을 말한다. 하나기레(花布) 또는 조타이(頂帶)라고도 한다.
메마르지 않은 린노스케...
그래도 둔감한 건 같나...
그러고 보니 拝 一樹씨가 그리신 그림 중에 이런 그림이 있죠
[출처] 人生道草
'SS > 道草씨 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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