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새로운 가정교사?」
칠색으로 빛나는 신기한 날개.
연한 노랑색 머리카락.
지하실에 비집고 들어간 린노스케를,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 두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식인은 급한 대로 쓸 수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나는 모리치카 린노스케. 고물가게를 경영하고 있지」
「고물? 고물상씨?」
「응. 잘 부탁해」
「잠깐. 자기 소개하라고 언니로부터 들었으니까. 에 그러니까……」
소녀는 자세를 바로잡아, 스커트 끝을 가볍게 집어 인사를 한다.
「나는 플랑드르.
언니는 날 플랑이라고 불러」
누군가로부터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겠지.
숙녀의 인사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리고, 으응~…….
아 그렇지, 흡혈귀를 하고 있어. 대체로 495년 정도」
「소문은 전부터 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공주님」
공손하게 목례를 하고 난 후, 린노스케는 방을 둘러보았다.
플랑드르의 방이라고 생각되는 거기에는 일상 생활 용품의 종류가 거의 없고, 매우 살풍경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풍경일 것이다.
린노스케에게 접근하면서, 고개를 갸웃 거린다.
「그래서, 고물상씨가 뭐하러 온거야?」
「정해져 있잖아」
린노스케는 가지고 온 트렁크를 마루에 두었다.
「오늘은 여기에, 장사를 하러 왔어」
『부드러운 송곳니』
일의 발단은 하나의 의뢰였다.
「동물 봉제인형?」
「예, 가능한 한 많이 갖고 싶어요.
있으면 있는 만큼 좋겠네요」
아침도 아직 이르건만, 홍마관의 메이드장은 상담을 걸어 왔다.
전같이 한밤 중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려나.
뭐, 손님으로서 와 준다면 언제라도 환영이지만.
「숲의 마법사에게라도 부탁해 보는 게 어때?」
「동물, 이라고 했잖아요?
인형극의 소도구라면 몰라도, 봉제인형은 전문외라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미 확인을 끝낸 것 같다.
「거기다 그녀는 바깥 세계의 동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으니, 주문해도 어렵다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건 그렇지」
모르는 것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한 상담일 것이다.
수긍하는 린노스케에게, 사쿠야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가게라면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죠」
「있다면 있지만……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보증할 수 없다구?
솜씨, 보존 상태 모두 제각각이라서 말이야」
아이들이나 속을 것 같은 뻔한 것도 있고, 훌륭한 제품도 있다.
봉제인형이라고 말해도 그 말 하나로 전부 묶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 없습니다. 전부 구매하겠어요」
「이런, 꽤 배포가 크구나」
사쿠야의 말에, 린노스케는 놀란 표정을 띄운다.
하지만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
「아가씨에게 그 말투가 뭐죠」
「일종의 말장난이잖아.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네, 알고 있습니다」
장난처럼 미소짓는 사쿠야에게, 한숨을 토하는 린노스케.
「그래서, 이 주문, 받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뭐어 단골손님의 부탁이니. 상관없어」
단골손님은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대규모의 주문이다.
재고 정리도 할 수 있으니, 손해는 없을 것이다.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실은 또 한가지 조건이 있어서……」
「……조건?」
그런 말을 나중에 꺼내는 건 반칙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말로는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린노스케의 생각을 읽은 듯이, 사쿠야는 미소지어 보였다.
「간단해요.
아가씨가 만족할 때까지 가지고 왔으면 합니다」
어리석었다.
홍마관의 아가씨라고 하면 맨 처음 상상되는 건 레밀리아다.
확실히 플랑드르도 아가씨라고 할 순 있지만.
그 메이드장은 말이 부족해서 곤란하다.
「아저씨, 왜그래?」
「아, 미안.
좀 생각하고 있었어」
트렁크 안에 봉제인형을 물색하면서, 플랑드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홍마관에 도착하자마자, 이 지하에 데려와 졌다.
아무래도 사전에 정보를 받았던 것 같아, 숙녀로서의 작법을 가르침 받았겠지.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린노스케를 아저씨(오지사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자기보다 훨씬 연상인 플랑드르로부터 그렇게 불리는 것에 처음엔 약간의 위화감이 있었지만, 이제 익숙해졌다.
「저기 말이야, 이 동물의 이름은 뭐야?」
「이건 팬더야.
겉보기론 흑백으로 사랑스럽지만 실은 흉포한 면도 있다고 하지」
「흑백이라. 언젠가의 그 마법사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지만」
마리사를 말하는 걸까.
색 이외에도 여러가지로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기 보단, 닮아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 목이 긴 건?」
「기린이구나.
기린(*1)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어째서 목이 이렇게 긴거야?」
「높은 곳에 있는 먹이를 방해받지 않고 먹기 위해서 라든가……?」
「이상해」
그렇게 말하고, 플랑드르는 기린 봉제인형을 공중에 던져 버린다.
「높은 곳에 있는 걸 갖고 싶으면 날면 될텐데」
「날 수 있는 동물은 적어」
「흐응?」
떨어져 내린 봉제인형을 캐치 해서, 그녀는 어깨를 움츠렸다.
「이 더부룩한 건 뭐야?」
「그건 라이온이라고 해. 백수의 왕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것 같아」
「헤에, 임금님이구나」
임금님이라는 말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플랑드르는 라이온을 마음에 들어하는 모습이였다.
「아하, 이상한 게 있다」
「그건 하마구나」
「큰 입에 큰 송곳니. 잡아 먹히려나」
「느긋한 동물이라는 것 같아.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는 좀 전의 라이온도 쓰러뜨려 버린다나…….
그런데도 그 송곳니에는 작은 새가 앉는다는 것 같아.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흐응」
플랑드르는 하마의 송곳니를 찔러대면서, 어쩐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린노스케는 말을 건다.
「본 적 있는 동물은 없니?」
「아니. 밖에는 나갔던 적이 없는 걸」
「가지 않는 거야?」
「어차피 어디에도 갈 수 없으니까.
여기에 있는 편이 좋아」
그 말에, 린노스케는 짐작이 갔다.
흡혈귀는 초대되지 않으면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밖에 나왔다고 하더라도……그녀가 갈 장소는 어디에도 없다.
「마음에 드는 건 있었니? 플랑드르」
린노스케는 머리를 흔들고, 질문을 바꾸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짧은 한마디.
「플랑」
「응?」
「플랑이라고 불러줘」
딱딱한 소리.
숙이고 있는 탓에, 표정을 알아볼 수 없다.
「여동생이라고 부르지마.
나는 나야」
「……나는 너를 위해서 온 상인이니까.
약속할게, 플랑」
「정말? 반드시 지켜야 돼?」
그렇게 말하며, 플랑드르는 활짝 얼굴을 빛냈다.
정서 불안정이라는 이야기였다만, 과연 진정하질 않는다.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야기가 자주 딴데로 가지만……뭐 그건 환상향의 소녀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다.
「저기, 아저씨.
이 안에서 제일 강한 동물은 어떤 걸까」
「제일? 글쎄……」
대답을 찾고 있는 린노스케에게,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나와 함께 놀아 주는 동물은, 어떤 걸까」
「…………」
거기서 간신히, 메이드로부터 받은 이 의뢰의 진정한 목적을 알아차렸다.
힘조절을 하지 못하고, 흡혈을 하기 위해서 인간을 덮칠 수 밖에 없는 흡혈귀.
파괴 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파괴자.
그리고, 능력.
모든게 터무니 없다.
과연 확실히, 그녀의 존재는 이 환상향에선 광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거든 좋아하는 걸, 하나만 선택해봐.
모두 너의 소망을 채워 줄거야」
「정말? 거짓말이면 싫다구?」
「아아, 정말이고 말고」
플랑드르는 린노스케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며, 이윽고 하나의 봉제인형을 손에 들었다.
「그럼 이걸로 할래」
「응, 매번 감사」
큰 입을 연, 하마 봉제인형.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송곳니를 푹푹 찌르고 있다.
「아저씨, 다른 동물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을래?」
「그거야 쉬운 용건이지」
린노스케는 트렁크 안에서 다른 봉제인형을 꺼내면서, 해설을 시작했다.
다음날.
예상대로, 홍마관으로부터 호출이 있었다.
여동생님이 분노하고 계셔요, 라고.
「아저씨는 거짓말쟁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말이 날아 왔다.
마루에 있는 것은, 내부의 솜이 튀어 나와 버린 봉제인형.
찢어져 버린걸까, 찢어 버린걸까.
「놀았더니 망가져 버렸어」
「……도구는 고장나기 마련이야」
봉제인형을 줍는다.
본래 형태를 몰랐다면, 이게 하마였다고는 몰랐을 것이다.
「거짓말쟁이.
나와 함께 놀아 준다고 말했었으면서」
「놀 수 있어.
이렇게 수리하면, 몇 번이라도」
그렇게 말하고, 린노스케는 가지고 온 재봉 도구를 꺼냈다.
플랑드르는 그 모습을 보고, 눈을 둥글게 뜬다.
「……고쳐지는 거야?」
「그 때문에 내가 왔으니까, 당연하지」
그후로 곧바로 지하에 가서, 땅거미의 실을 나눠 받아 왔다.
조금 대가를 높게 치뤘지만, 어쩔 수 없지.
수리하면 본래보다 훨씬 튼튼해 질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그전대로로는 될 수 없다.
상처가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또 꾸욱 할 수 있는 거야?」
「응」
「또 함께 욕실에 들어 갈 수 있는 거야?」
「할 수 있고 말고. 별로 물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느 샌가 그녀가 바로 근처에 앉아 있었다.
분노는 이제 풀린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화내지 않았던 것일까.
「……또 부셔 버리면」
「몇번이라도 고치러 올게」
린노스케의 손안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아 가는 봉제인형을 응시하면서, 프랑 돌{인형}은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만약, 가루로 만들어 버리면」
「그렇게 되면 이 도구의 죽음이겠지.
이젠 두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해」
깜짝하고 그녀는 얼굴을 들었다.
린노스케는 플랑드르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조금 미소짓는다.
「하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을 거 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너자신이」
「……아마. 노력할게」
끄덕하고 수긍하는 플랑드르.
그리고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입을 연다.
「저기, 아저씨」
「왜 그러니?」
「부셔 버려서 죄송합니다」
「아아」
퐁하고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두었다.
모자 넘어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부수지 않게 힘내」
「응」
머리를 쓰다듬어진 것이 드문 것인지, 플랑드르는 놀란 듯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익숙해졌는지, 기분이 좋은 것처럼 눈을 가늘게 감는다.
「당분간 봉제인형을 부수지 않는다면, 내 가게에 자네를 초대하지」
「정말?
하지만 나, 돈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럼 네 언니로부터 용돈이라도 받으면 돼.
그 정도 응석은 용서해 줄테니」
「응석부려? 언니한테?」
「그래.
그녀도 그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고개를 갸웃 거리는 플랑드르에게, 린노스케는 한번 수긍한다.
――아가씨가 만족할 때까지.
이번 의뢰에서, 메이드장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하는 아가씨란, 단 한명뿐.
플랑드르 상대로 장사를 해 레밀리아를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이지……말이 너무 부족하다.
「저기 저기, 얼만큼 노력해야 돼?」
「그렇네, 일주일 정도 봉제인형을 부수지 않는다면……」
「에―, 길어. 참을 수 없는걸」
「부수는 게 말이니?」
「아니」
린노스케의 말에,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일주일이나 아저씨가 와 주지 않는다는 거잖아?」
플랑드르에게 올려다 봐 진 그는 쓴웃음을 흘린다.
「아니, 그렇지도 않아.
말했었잖아? 나는 너를 위해서 온 상인이라고」
수복 완료한 하마의 봉제인형을, 플랑드르에게 전했다.
그리고 다시, 가지고 온 트렁크에 손을 걸친다.
「그럼 플랑.
오늘은 어떤 동물 봉제인형을 갖고 싶니?」
눈을 빛내는 그녀에게, 린노스케는 미소를 흘렸다.
――다음번엔, 작은 일상 생활 용품을 가지고 오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는데.
봉제인형으로 가득 찬 자신의 방에, 레밀리아를 초대하는 플랑드르.
그런 미래를,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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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에게 숙녀의 인사법을 가르치는 레밀리아를 상상하니 정말 훈훈 한 것 같습니다.
SAG씨께 삽화를 그려 받았습니다.
독료 감사! 道草
http://roadksa.blog42.fc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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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래 쪽에서 언급한 기린은 전설에 나오는 그 기린.
출처는 동방창상화지만 쓴 작가분은 道草씨입니다.
[출처] 東方創想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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