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토 환상 제8화
SS/┗외계 여행기 2013. 7. 12. 20:17 |『서교토 환상 제7화』의 다음 이야기.
예전에 금각사(*1)에 가보니 보기좋게 개수중이었던 추억이 있습니다만.
린노스케 렌코 메리 유메미
「꽤 하네. 말만 그럴싸한 게 아니었다는 거려나」
「그쵸. 린노스케군의 요리는 프로 같은 수준이라니까요」
「그러니까 어째서 렌코가 잘난체 하는 건데」
요리를 젓가락으로 입에 옮기면서, 유메미는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는 렌코를 보며 메리는 어깨를 움츠린다.
「괜찮아, 메리의 요리도 확실히 맛있으니까」
「에? 아, 응. 고마워」
정면에서 칭찬받은 메리는 수줍은 듯이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변함 없이 렌코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흠, 간을 이렇게 맞췄나. 역시 대단하군」
「땡큐. 주인님은 편식하니까 말이지. 여러가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구」
「과연, 그래서 소재가 치우쳐 있는 건가」
「그치만 린노스케 요리도 굉장하잖아.
그 주인이 야채를 먹다니 좀처럼 없는 일이라구」
「치유리,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아도 돼」
따뜻한 하늘아래.
일행은 각각 지참해 온 도시락을 맛보고 있었다.
각각이라고 말해도, 요리한 건 린노스케와 메리, 그리고 치유리 셋 뿐이다.
「그건 그렇고 교수의 요리가 보이지 않습니다만」
「어머, 우사미의 요리도 없지 않았나」
불꽃을 튀기면서, 언뜻 보기엔 상냥하게 시선을 주고 받는 것처럼 보이는 렌코와 유메미.
그런 두 사람을 보고, 린노스케는 쓴웃음을 띄웠다.
「그건 그렇고, 의외로 사람이 없군」
그다지 소녀의 분쟁을 바라봐선 안된다.
……탄막 놀이라면 몰라도.
입가심으로, 린노스케는 근처에 있는 건물에 시선을 옮겼다.
장식이 눈부신 그것은, 교토 굴지의 관광 스폿으로서 유명했다.
「이 시간은 말이지. 모두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고 있거든」
「그렇군」
린노스케들이 있는 곳은, 녹원사(*2)……이른바 금각사 부지내에 있는 음식 스페이스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이 주위를 바라볼 수 있는 높이의 타워가 우뚝 솟아 있다.
확실히 저쪽이라면 관광 목적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도시락 지참이라는 것 자체가 유행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근데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피크닉인거죠?」
「어머, 약속했잖아. 다음에 요리를 선보여 준다고」
「확실히, 기회가 생기면이라고는 말했습니다만……」
「기회는 만드는 거야. 게다가 어차피 수업 비어 있었으니까 상관없잖아」
갑작스럽게 유메미로부터 연락이 왔던 게 바로 어제의 일이다.
가라사대, 내일 도시락 지참하고 금각사로 집합할 것.
원래 오늘은 몇 개쯤 강의가 있었지만.
린노스케와 렌코 일행이 우연히 휴강이 겹쳐, 한가해 하고 있었다.
그 때, 유메미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애초에 어째서 저희들의 스케줄을 교수가 파악하고 있는 거죠?」
「어머, 난 자신과 관계가 있는 학생의 스케줄은 거의 파악 하고 있어」
「흐~응……. 네?」
처음엔 농담일까 생각했지만…….
유메미의 표정은 극히 평소대로다.
……왠지 모르게,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렌코도 그러기로 했나 보다.
「그렇다고는 해도, 맛있네 린노스케군」
「고마워. 노력한 보람이 있었어」
합성된 식품 재료가 일반적인 이 사회.
반대로 말한다면 맛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재만 알면 연구할 방법도 있다.
린노스케는 공부하는 사이에 요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그 집대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
「어때, 린노스케씨」
「아아, 변함 없이 맛있어.
……그런가, 란의 요리 맛과 닮았다고 생각했지만……란이 너의 요리를 닮았던 건가」
「그야 란에게 요리를 가르친 건 나인걸. 닮은 게 당연해」
린노스케는 메리의 요리에 젓가락질을 하면서, 그립다는 듯 눈을 가늘게 감는다.
그런 그를 보고, 그녀는 문득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라, 린노스케씨, 란의 요리를 먹어 본 적 있어?」
「뭐, 그렇지」
「무슨 이야기?」
「아니, 친가에 대해서야」
「흐~응?」
「그것보다 너도 어때? 이 요리……」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없다고, 린노스케군」
렌코는 고개를 젓고 지면에 깔린 시트에 뻗어 뒹군다.
「벌써 배가 꽉 찼어. 행복해……」
「렌코, 먹자 마자 자면 살 찐다?」
「나는 살찌지 않는 체질이니까 괜찮아.
게다가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걸. 잠을 자지 않으면 손해잖아. 봐」
렌코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치유리가 이미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조금 전부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인가 자고 있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배터리가 떨어진 거겠지」
「그래. 당분간 자게 냅두자」
린노스케는 조금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윗도리를 걸쳤다.
문득, 왠지 모르게 부러워 하는 것 같은 시선을 등뒤로 느꼈지만…….
그것이 누구인지는, 몰랐다.
「저기 린노스케군, 그 소문 알고 있어?」
「소문?」
렌코가 누운 채로, 린노스케에게 말을 건다.
「그래 맞아. 저기에 있잖아, 빤짝이는 녀석이」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금각이 서 있었다.
멀리에서도 눈에 띄는 그것은, 확실히 보러 올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저거 입체 영상이라는 소문이 있어.
진짜는 훨씬 전에 망가져버렸데」
「영상이라 ……」
경호지(*3)에 비치는 그 모습은, 확실한 현실감을 수반하고 있었다.
거리가 있기 때문에 린노스케의 능력도 닿지 않았지만, 딱히 위화감을 느낄만한 건 없다.
「내 눈에는 진짜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런데도 그런 소문이 난다는 건 뭔가 있지 않을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말도 있잖아」
「그거 오래전에 모으고 있던 소문 중 하나 였던가」
「그래 맞아. 저것도 훌륭한 비봉클럽 활동중 하나야」
「누군가가 확인했던 적은 없는 걸까?」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어. 그게 더 의문을 품게 한다는 거지」
「과연 그렇군」
그렇게 말하고, 렌코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말한 만큼 신경이 쓰이지는 않나 보다.
「실제로 어떤가요? 교수」
「몰라. 흥미가 없는 걸」
「뭐야, 도움이 않되구만―」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웃으면서, 심한 말을 내뱉는 렌코와 유메미.
이래저래 사이가 좋은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절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 전문은 조금 더 다른 곳인걸. 애초에 관광지로서의 신앙에 볼 일은 없어」
유메미는 금각사에 시선을 보내고, 어깨를 으쓱했다.
「뭐, 설령 그렇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그게 무슨 문제가 있지?」
「네? 그야 영상이라면 진짜가……」
「금각은 몇번이나 개수되었고, 애당초 재건축한거야」
쯧쯧쯧, 하고 그녀는 손가락을 흔든다.
「만약 조사해 보고, 실체가 없는 환상이라는 걸 알았다고 해서, 저게 사라질까?
이 금각사에 오고 있는 사람은 가짜야?」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그치? 설령 환상의 존재였다고 해도 금각을 보았다는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거야.
뭐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환상의 존재, 라……확실히」
유메미의 이론에, 린노스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환상향에 사는 린노스케는, 이쪽에서 말하는 환상의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바깥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상인가 현실인가는 별 문제가 아닌 것인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했더니 문득 메리가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을 깨달아, 린노스케는 두 사람으로부터 거리를 벌린다.
「그러고 보니, 금각이라고 해서 떠오른 게 있어」
「뭐지?」
「저번에 돌아갔을 때, 모두에게 설명해 줬는데……」
「설명? 누구에게?」
「응, 린노스케씨의 근황을 좀. 모두에게……라고 하면 모두에게 랄까」
왠지 지친 표정으로, 메리는 한숨을 내쉰다.
「그래서, 교토에 있다고 말하니까, 이걸 건네주라고 부탁받았어」
그녀는 품으로부터 봉투를 꺼냈다.
어째선지 엄중하게 봉해져 있는 그것에는, 린노스케의 이름이 써 있었다.
아무래도 수신인인 것 같다.
「이건……편지? 내 앞으로 인가」
「건네줄 생각은 없어서 잊고 있었지만, 금각사가 화제였기 때문에 말이야.
떠올리지 말 걸 그랬어」
그렇게 말하며 메리는 입술을 삐죽인다.
안은 확인해 보지 않은 거겠지.
그녀로부터 편지를 받아 안을 확인하자, 몇 장의 종이가 들어가 있었다.
우선 1장째.
『금각사의 천장 한 겹 가져올 것 ! 』
카구야려나.
이런 장소에서 난제를 들이대도, 그 뭐냐, 곤란하다.
「뭐라고 써 있었어?」
「아니……뭐라고 해야 될지」
린노스케는 애매하게 고개를 젓고 편지를 읽어 나갔다.
2장째
『괜찮아! 에이린의 공략집이야』
천장의 입수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주종이 함께 영원정에 부를 생각이 가득한 모양이다.
3장째.
『외롭기 때문에 같이 죽어 주세요』
……레이센이려나.
「뭐랄까……응」
보지 않았던 걸로 하기로 했다.
「무슨 일이야?」
「선물 요구였어」
편지를 소중하게 품에 집어 넣고, 하는 김에 기억도 집어 넣는다.
그런 그에게, 메리는 쓴웃음을 띄웠다.
「그래……. 부탁 한가지 해도 될까?
선물이라는 건 아니지만」
「뭐지?」
드물다고 린노스케는 생각했다.
메리가 그에게 부탁해 오는 일은 처음이 아닐까.
「조만간이도 좋으니까, 편지를 써줬으면 해」
「상관없지만, 누구에게?」
「환상향의 아는 사람에게. 인선은 맡기겠지만」
흠, 하고 생각한다.
――향림당의 관리등을 맡겨 두기만 하고 있으니, 확실히 이 때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알았어. 한가할 때 해 둘게」
「부탁할게. 이걸로 조금은 얌전해 지려나……」
메리의 말은 그 이상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목소리가 작았기 때문이기도 하고……옆에서 방해가 들어왔던 탓이기도 하다.
「린노스케군! 교수가 이상한 말만 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내 전문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신앙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 해 주고 있는 것 뿐이잖아」
「그게 이상하다구요」
「오컬트 써클 아니었어? 당신」
「네, 오컬트 써클예요. 도굴 흉내를 낼 정도로는.
한 건 메리지만」
「불량하구나」
「렌코가 하라고 했잖아……」
메리는 렌코를 향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문득, 미소를 띄운다.
「뭐, 불량 오컬트 써클이라고는 여겨지고 있지」
「애초에 무덤은 파헤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야」
옛날에는 자주 만들었다.
주로 무연총에서.
「그럼, 슬슬 돌아가기로 할까, 린노스케씨」
「그전에, 저 두 사람을 말려야 겠지만 말이야」
「응. 애는 먹겠지만」
린노스케와 메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다가 누가 먼저랄것 없이 웃기 시작했다.
어느 가을의 별 것도 아닌 하루를, 마음껏 즐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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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각사란 금으로 도배한 사찰로 교토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
(*2) 금각사의 정식 명칭.
(*3) 금각사를 둘러싸고 있는 연못.
레, 레이센...
[출처] 人生道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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