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스트를 받아 쓴 녀석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이것도 무릎 베개 시리즈?
린노스케 유우기
신사 근처에 솟아 오른 간헐천은, 게으른 무녀를 대신해 유지자有志者(*1)에 의해 정비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온천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용하면 무녀로부터 불합리한 새전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용자는 별로 많지 않았다.
주로 이용될 때는 연회 후 정도다.
반대로 말하자면, 평상시에는 사람이 없어서 널찍한 온천을 독점할 수 있게 된다.
「후우 극락 극락……인가. 갔던 적은 없지만, 분명 이런 느낌이겠지」
손발을 물의 흐름에 맡기면서, 린노스케는 혼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깨까지 온천에 몸을 넣자, 신체의 피로가 녹아 가는 것 같다.
향림당에도 목욕탕은 있지만, 일일이 끓이는 게 귀찮다.
게다가 린노스케가 편히 쉴 수 있을 정도의 넓이도 아니기 때문에, 온천이라는 것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레이무에게는 아무도 오게 하지 말라고 전달을 부탁했다.
남탕이나 여탕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필요없는 리스크는 피해야 한다.
왜냐면, 귀찮은 일은 하나로 충분하니까.
「……하아……」
깊게 한숨을 내쉰다.
이 기분 좋음에도 상관없이, 린노스케의 마음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생각하고 있어도 어쩔 수 없……나……」
생각해도 안되면 술로 도망칠 수 밖에 없다.
물론 잔후불각(*2)이 될 때까지 취할 생각은 없고, 조금 술이 들어가는 편이 지금의 기분보다는 머리가 상쾌해 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린노스케는 가지고 왔던 술병을 술잔에 기울여 술을 따른다.
「이 온도로는 온천달걀은 무리겠군……」
살랑살랑 흔들리는 수면을 바라보면서, 잔을 입에 대려고 한 순간.
「응?」
들려 오는 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땅울림과 같은 진동.
간헐천이 불기 시작하고 격렬하게 물결친다.
땅바닥으로부터 뭔가가 나오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으랏차아아아아!」
격렬한 물보라와 함께 금빛의 그림자가 튀어 나왔다.
그 그림자는 화려하게 착지……착수하면서, 팔짱을 끼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 여기로도 지상에 나올 수 있잖아.
돌아갈 때는 또 헤엄쳐서……음?」
거기서 간신히, 눈앞에 있던 린노스케를 알아 차린 것 같다.
방금 전 그 행동으로……그리고 뿔로부터 오니인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기가 죽지도 않고, 당당한 태도로 내려다 본다.
「이런, 먼저 온 손님이 있었던 것 같네. 그럼 함께 마시도록 할까」
「지하로부터 여기까지 헤엄쳐 왔나?」
「응, 상당히 즐거웠어」
「……숨은 어떻게 해결했지?」
「응? 기합으로」
「이런이런, 굉장하구나, 오니라는 것은」
……전혀 대답이 되지 않았다.
유우기라고 자칭한 여성은 호쾌하게 웃으면서, 잔을 단숨에 마신다.
이 잔은 그녀가 지참해 온 것이지만, 확실히 처음 등장 했을 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었다.
숨길 수 있는 장소도 없었을텐데…….
「어디를 보는거야? 아, 혹시……」
「아니, 어디에서 그걸 꺼냈는지 신경이 쓰여서.
이래뵈도 고물상을 하고 있어서 말이지, 좋은 도구가 있으면 신경이 쓰이게 돼」
「호오, 고물상인가」
「……게다가, 이런 장소에서 그런 걸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게 오히려 무리야.
그런 목적이라면 몰라도 말이지」
알고 있잖아, 라며 유우기는 손뼉을 쳤다.
술과 승부는 대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오니의 긍지이다, 린노스케도 거기에는 동감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야」
「오? 뭔가 고민이 있는거야?」
「응, 조금」
「뭔데―, 말해 보라고. 술잔을 주고 받으면 이미 친구잖아―?」
유우기는 허물없이 어깨동무를 해온다.
린노스케는 부드럽게 흔들어지면서, 한 잔 마신다.
여기서 만난 것도 무언가의 인연인걸까.
「실은 은사에게 맞선을 권유받았어」
「그거 참 잘된 일이네」
「뭐가 잘된 일이라는 거야」
다시 술을 들이킨다.
린노스케는 유우기를 본다.
「나는 지금의 생활이 마음에 들어.
확실히 아저씨에게는 은혜가 있어……하지만 역시 이건 이거, 그건 그거야」
「그럼 거절하면 되잖아」
「했어. 몇번이나. 하지만 나 개인의 이유만으로 계속 거절하는 건 아저씨에게도 미안해서 말이야……」
「흥~, 의외로 의리나 인정을 중요히 여기는 구나」
마음에 들었어, 그렇게 말하며 유우기는 린노스케의 잔에 술을 따른다.
애초에 린노스케가 가지고 온 술이므로, 고마움은 제로였지만.
「실제로 만나본 뒤 거절하는 건 어때?」
「한 번이라도 응하면 다음 주에는 다른 소녀와 맞선을 보게 될거야」
마을의 모든 소녀와 맞선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과장이 아니고, 그 아저씨라면 못 할 것도 없기 때문에 곤란하다.
「다른 누군가를 소개한다든가는?」
「그것도 생각해 봤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거의 그 은사와도 아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잘못 소개하면 다음엔 그 소녀가 맞선을 보러 오게 된다고 생각해」
옛날이라면 아는 사이의 요괴라도 대리로 세우면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린노스케의 어리광으로 아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자신과 같은 반요와 대등하게 접해 주는 사람은 귀중하다.
그러니까 아저씨에게는 아직껏 고개를 들 수 없는 것이다……
뭐 그런 것보다, 이런 일에 말려들게 해 버리면 손님으로서 와 줄 가능성이 줄어들어 버린다는 게 더 중요한 문제지만.
「그 맞선이라는 건 언제야?」
「내일……이니까, 거절한다면 오늘 밖에 없어」
「꽤 절박하잖아」
「아아, 그러니까 이렇게……곤란해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린노스케는 다음 술을 마신다.
딱히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침착하게 하고 있을 뿐이다……될 대로 되라고.
「절망적인 상황……좋네 그거, 불타올라」
「남의 일이라고……」
린노스케는 원망하듯이 유우기를 보고……말이 막힌다.
유우기는 대담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의지로 가득 찬 얼굴로.
「알았어. 이 유우기씨에게 맡겨봐!」
「오늘 만난 직후인 너에게, 말이야?」
「말했잖아, 함께 술을 마시면 친구라고」
꽉 주먹을 쥐고선, 그의 가슴을 향해 찌른다.
강렬한 그 행동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믿음직함을 느꼈다.
「게다가, 맞선이라면 공짜 술을 마음껏 마실수 있을테니까……」
「아아……분명 비싼 술뿐이라고 생각해」
유우기의 오니다운 대사에 쓴웃음을 짓는 린노스케.
차라리 이대로 소개 해서, 자신의 취미가 특수하다고 인식 받는 것도 괜찮을지 모른다.
그러면 당분간은……권해오지 않을 것이다.
조금 마음이 괴롭지만.
「그리고보니 네 이름이 뭐였지?」
……역시 안될지도 모른다.
린노스케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가문(家紋)이 표시되어 있는 예복이라는 복장으로, 린노스케는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가문따윈 없기 때문에, 키리사메가의 문장이다.
수행이 끝났을 때 양도 받은 의상이지만……설마 이럴 때 입게 될 처지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일단 소개하러 간다는 입장이기도 하니.
정장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늦군……」
중요한 상대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곧 약속 시간이건만」
역시 초대면의 상대에게 부탁했던 것이 실수였던 걸지도 모른다.
저 쪽에서 아저씨가 걸어 오는 것이 보였다.
마중 나온 거겠지.
즉 마감 시간이다.
린노스케는 각오를 정……하려고 했을때.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응……?」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뒤돌아 본다.
그러자 후리소데(*3)를 입은 여성이 서 있었다.
비녀를 넣은 아름다운 금발.
요염함이 감도는 다홍색.
물기를 띤 것 같은 눈동자.
볼륨 있는 유방만이 후리소데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아름다운 여성이.
「아하하, 잘 끝났네」
「아, 아아」
유우기는 갓파로부터 빌려 온 것 같은 베일 같은 것을 손가락끝으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매우 기분 좋게 웃었다.
이것을 입으면 능숙한 자태의 각도만을 보이게 한다는 것……같다.
대인간용인 것 같기 때문에, 린노스케로서는 효과의 정도는 몰랐지만.
이것이 바로 조금 전까지 정숙했던 여성과 정말로 동일 인물인 것일까.
……린노스케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너무나도 정숙해, 실은 아주 굉장한 페이스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을 알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유우기씨에게 맡겨서 다행이지?」
「아아, 정말 그 말대로야」
지금은 평소의……그녀 본래의, 호쾌한 미소였다.
물론 복장은 그대로이므로, 상당히 위화감이 있다.
……오니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오늘 것은, 정정당당히 공짜 술을 마시러 왔을 뿐.
즉 그런 것일 것이다.
「이것으로 당분간은 괜찮으려나」
「응, 덕분에 살았어」
살아났던 것은 사실이므로, 린노스케는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뭐, 또 잠시 후 린노스케 주위에 그녀가 없다는 것을 보면 헤어졌다고 판단하고 권유해 오겠지만.
그래도「그녀」이상의 여성을 찾아내 오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하면 거절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만큼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놀랐는데」
「뭐가 말이야?」
「너에게 말이야. 잘도 그렇게 변하는군」
「그래. 여자는 변하는 거야. 기억해둬」
그의 말에, 유우기는 환하고 명랑하게 웃었다.
그리고……생각났다는 듯이 덧붙인다.
「뭐, 스이카가 봤다면 폭소하겠지」
유우기는 그렇게 말하며 긁적긁적 머리카락에 손을 넣었다.
요염한 스트레이트가, 조금 버릇이 들어간 웨이브로 돌아온다.
「……뭐야, 유감스러운 얼굴이나 하고」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어?」
「응. 마치 이상의 여성이 도망쳐 버렸을 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
설마, 하고 코웃음친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외관만으로 판단하거나 하지는 않아. 내용도 중요한거야」
「내용도, 라. 꽤 사치를 부리는군」
「아아, 나는 인간과 요괴 양쪽 다니까. 좋은 것만 가지고 싶어진다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린노스케는 유우기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 점에서 너는……」
이야기를 하려다, 그만둔다.
대신에 나온 것은, 다른 말.
「또 만날 수 있을까」
「촌스러운 걸 묻는군」
유우기는 또 어디에선가 술병을 꺼내, 린노스케에게 전했다.
맞선장에서 몇개인가 받아 온 것 같다.
……가슴 사이에서 꺼낸 것처럼 보인 것은 기분탓일 것이다.
「함께 술을 마시면」
「친구, 인가」
「그 말대로야. 그리고……」
자, 하고 유우기는 린노스케에게 붉은 소포를 던진다.
들어가 있던 것은, 유우기의 것보다 한층 더 작은 잔.
「만나고 싶어지면 그걸로 술을 마셔. 그걸로 알수 있어.
그 때는……술대결이라도 하자」
그럼 안녕, 하고 유우기는 손을 들어 걸어 나간다.
「네가 이기면?」
「또 술대결을 하게 하지. 한턱냄으로 말이지」
「내가 이기면?」
「그렇네……」
유우기는 발을 멈추고 흠, 하고 골똘히 생각했다.
이윽고 명안이 생각났는지, 되돌아 보고 미소짓는다.
「또 술대결을 하자. 쭉, 함께」
「아하하, 또 이길 수 없었네」
「아아……이걸로 또 패배 추가야……」
린노스케는 큰 대자로 드러누우면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너무 마셔서 시야가 돌고 있다.
그후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얼만큼, 술잔을 주고 받았을까.
「자, 여기로 와 봐」
유우기는 린노스케의 머리를 스스로의 무릎 위에 실고, 혼자 잔을 기울였다.
린노스케의 이마에 얹어진 손이 서늘해서 기분이 좋다.
「……매번이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보고 싶어진단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상반신을 너무 내리지마. 질식해 버리잖아」
펑, 하고 먼 곳에서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신사에서 불꽃놀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저기말이야, 유우기」
「왜? 당신」
린노스케는 불꽃놀이의 빛을 보면서, 평소부터의 의문을 말했다.
「그 잔과 너의 잔은 세트였어?」
「아니. 완전 별개야」
「그래……」
그럼, 이름이 바뀐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뭐, 이제 와서 시기따윈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무슨 일 있는 거야?」
「아아……부부 찻잔이라는 것이 있는데 말이야. 틀림없이 이 잔도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만……」
유우기와 마실 때만 이름이 바뀌는 이 잔을 보며, 린노스케는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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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어떤 일에 뜻이 있거나 관심(關心)이 있음.
(*2)제정신을 잃음. 전후 사정을 분간하지 못함.
(*3)에도시대까지 남녀 모두 입었으나 현재는 미혼여성만 입는 기모노입니다. 기념회나 사은회, 특히 성년식에서 많이 입지요.
개학하면 번역 속도는 대폭 다운 될겁니다.
아니 이미 다운 됬나? 2010-08-28
리퀘로 유우기X린노스케 번역하는 도중에 수정한 거.
나중에 나온 일러스트도 추가함.
속편 있음. 2013-10-28
[출처]人生道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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