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토 환상 제10화
SS/┗외계 여행기 2013. 7. 12. 20:20 |이런 때일수록 평상 운전을.
누군가의 기분 전환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서교토 환상 제9화』의 다음 이야기이며 최종화.
렌코나 유메미 일행이 사는 세계는 조금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しゃもじ씨께서 삽화를 그려주셨습니다.
감사 감사.
린노스케 렌코 유카리 유메미
「겨우 끝났네」
대학 구내를 걸으면서, 렌코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방금전에 후기시험이 간신히 마지막을 고했던 것이다.
해방적인 기분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직 추가시험이 남아 있으니까 말이야. 이긴 뒤에도 방심하지 말라잖아.
……이겼다고 확정한 건 아니지만」
「아, 응, 그러네」
그러나 렌코의 말을 들은 린노스케는 고개를 젓는다.
……최근, 어딘가 멍하니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렌코는 생각한다.
린노스케가 그렇게 된 것은, 첫 참배로 하쿠레이 신사를 방문하고 나서다.
하지만 그 때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사람이 없는……스러진 신사를 보러 갔을 뿐이다.
거기서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렌코는 알 수 없었다.
어째서 메리가 거길 가자고 말하기 시작했는지도 알 수 없다.
왠지 모르게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면서, 렌코는 린노스케의 옆 얼굴을 바라봤다.
「린노스케군, 해냈구나!」
「……아아……」
감개 무량하게, 린노스케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졸업 판정 발표날.
합격이라는 문자를 음미하듯이 그는 한숨을 내쉰다.
「이걸로 간신히, 수행의 실전이려나?」
메리가 의미가 있음직하게 웃는다.
거기에 응하는 린노스케의 미소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
렌코는 그 이상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단지 바쁘지 않게, 방해를 하지 않을 정도로……그를 데리고 돌아다니며 놀러 다녔다.
움직이고 있는 동안은 즐거웠으니까.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 없게.
생각할 틈이 없게.
그리고――졸업식날.
「축하해, 린노스케군」
「그래, 고마워」
벚꽃이 흩날려 지는 가운데, 린노스케는 미소짓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복장으로.
대륙의 도사나 입을 것 같은, 이상한 의상.
「이걸로 간신히 골이려나?」
「아니, 지금부터가 스타트야.
학교라는 건 그런 거잖아?」
「아, 응. 그러네.
……그,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지만……」
렌코는 심호흡한 뒤, 입을 연다.
린노스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린노스케군, 졸업하면 어떻게 할거야?」
미뤄두고 있던 말.
무서워서 들을 수 없었던 말.
「고향으로 돌아갈거야.
거기서 배운 기술을 유용하게 쓰는 게 내 꿈이었으니까 말이지」
「그, 래」
그의 말을 듣고 렌코는 조금 낙담한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물을 수 밖에 없었다.
납득해야 했다.
……이제,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걸.
「린노스케군」
각오를 한 뒤, 렌코는 고개를 들었다.
「나 말이야, 린노스케군에게……」
「렌코」
그러나 그 결의를 그가 가로막는다.
「먼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래?」
「……응」
졸업식인데도, 어느샌가 주위로부터 사람의 기척이 사라지고 있었다.
대학 안인데도 마치 모르는 장소에 헤매게 되어 버린 것처럼.
마치, 실종을 당한 것처럼.
「여기까지 해올 수 있었던 건, 틀림없이 네 덕분이 크다고 생각해.
고마워, 렌코」
「아 그 뭐냐, 천만에」
어째서 그는,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지금까지 고마웠어.
너를 만나서 즐거웠어」
어째서 그런, 헤어질 때나 쓰는 말을 하는 걸까.
「이 1년, 정말 즐거웠어.
이것저것 가르쳐 줘서 도움이 됐어」
어느샌가, 메리가 그의 옆에 서 있었다.
본 적 없는 옷을 입고.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린노스케군」
「졸업 할 수 있었던 건, 네 덕분이야. 감사하고 있어.
결국 만날 수 없었지만……교수에게도 잘 지내라고 말해주지 않을래?」
「린노스케군!」
무심코 렌코는 소리를 질렀다.
아직, 중요한 걸 말하지 않았다.
무엇 하나, 전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안녕, 렌코」
상냥하게 그는,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메리가 양산을 편 순간.
「린……!」
주위에 사람의 그림자가 돌아왔다.
마치 백일몽이라도 보고 있었던 것처럼, 렌코는 정신을 차린다.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가, 기다려 봐도.
아침을 맞이해도, 밤이 와도.
그들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이윽고 렌코는, 메리의 명의로 자신의 계좌에 돈이 불입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이 함께 살았었던 시기까지의 집세와 생활비.
……그것보다 꽤 더한 돈이.
그로부터 당분간, 헛되이 시간만이 지나 갔다.
적어도 봄방학인 게 다행이랄까.
린노스케 일행이 사라진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그의 PDA로부터 착신음이 울고 있다는 것에, 렌코는 깨달았다.
「……린노스케군?」
어디를 찾아봐도 발견되지 않았던, 그의 PDA.
어째서 이런 곳에 놓여져 있는 걸까.
……순간, 친구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아무래도 예약 송신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봐야할지 고민했지만…….
렌코는 결심하고, 메일 소프트를 기동했다.
――렌코에게.
무심코 렌코는 눈을 크게 떴다.
이건 린노스케가 렌코 앞으로 보낸 메세지다.
일자를 보니, 그가 돌아가기 훨씬 전에 쓰여져 있던 것이다.
――갑작스럽게 네 앞에서 사라지는 걸, 제발 용서해줘.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들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야.
말해야할지 쭉 망설였지만……하나의 감사라는 형태로 얘기해 두려고 해.
친애하는 스승에게――
린노스케의 메일은 길었다.
때때로 탈선하면서.
얼마나 이 1년이 즐거웠는가를.
얼마나 그가 감사하고 있었는지를.
……얼마나 그가, 망설이고 있었던가를.
「……바보」
어느샌가 흐르고 있던 눈물을, 렌코는 살그머니 닦았다.
직접 말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던 건 나도 같다.
만약 말할 수 있었다면, 다른 미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렌코가 한번 더 메일을 다시 읽으려고 했을 때…….
갑작스러운 착신에, 당황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 린노스케야?」
「아니……」
확인해 보지도 않고 받아버렸지만, 아무래도 전화의 주인은 치유리인것 같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에, 조금이지만 평정을 되찾는다.
「렌코야. 우사미 렌코」
「아아, 그 목소리는 확실히. 응? 어째서 렌코가 받는거야?」
「……사정이 좀 있어」
린노스케는 이제 없다.
그 사실을……말로 전하는 건, 아직 무리였다.
「뭐 상관없어,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전화 저편에서, 뺨을 긁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전화로…….
유메미가 학회로부터 추방당한 것을 알았다.
「교수! 학회로부터 추방 당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 ? 」
「뭐야, 시끄럽구만」
대학에 있는, 유메미의 연구실.
렌코가 뛰어들어 왔을 때에는, 이미 대강 정리되어 있었다.
……나갈 생각일 것이다.
본 순간, 바로 예상할 수 있었다.
「내 완벽한 이론을 이해할 수 없는 무리의 집단따윈, 이쪽에서 거절이야」
「그야 뭐, 세계를 구하는 건 종교다, 라고 주장해 봤자 말이지」
얼버무리듯이 웃는 치유리를, 째릿 째려보는 유메미.
이윽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다시 렌코를 바라본다.
「여기 현재 상황은, 보는대로야」
「……네」
「그쪽도 여러 가지 있었던 모양이네」
렌코가 혼자가 됐다는 건, 치유리를 통해 전해 들었을 것이다.
유메미는 가만히 렌코를 응시한 후, 느긋하게 입을 연다.
「우사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주지 않을래?」
그녀의 말에, 렌코는 주저하면서도 말을 해 나간다.
전부 얘기할 수 없긴 했지만…….
무엇이 일어났는지.
친구가 누구였는가를.
이야기를 다 들은 유메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 녀석, 멋대로 사라지다니……!
난 아직 졸업을 인정하지 않았어」
「아니, 교수는 쭉 없었잖아요」
결국, 유메미는 연말부터 쭉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험도 대리인에게 맡기기만 한 채 연구에 몰두 하고 있었다는 것 같다.
「그건 그거, 이건 이거야」
단언하는 유메미를 보고 렌코는 쓴웃음을 띄운다.
――이 사람이 추방당한 건,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그 결과가 추방이라구」
문득, 똑같이 쓴웃음을 짓고 있던 치유리와 눈이 맞았다.
둘이서 함께 어깨를 으쓱한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할 거라니요……」
그 질문은, 렌코가 쭉 자신에게 던져 왔던 것이었다.
상대가 이제 이 세계에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상대가 자신과 다른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치만.
「포기할 수 없다는 표정이네」
「네」
미루기만 한 결과, 후회했다.
이제 더 이상, 후회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좋은 각오야」
유메미는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똑바로 렌코를 응시해 왔다.
자신과 대등한 사람이라고 인정한 것 같은, 그런 눈동자로.
「그럼, 만나러 갈래?」
어디까지나 가벼운 어조로, 유메미는 물었다.
……그래서 일까.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잠깐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수단이 있다면, 꼭……」
「있어」
그렇게 말하고, 유메미는 벽에 설치 되어 있던 장치를 바라본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전이 장치.
유메미는 그걸로……환상향에 간다고 말했었다.
「그들의 행선지 데이터는 이미 취했었고.
이 대학 전역은 모두 관측 영역이니까 말이야」
어느새 그런 걸 하고 있었던 걸까.
지나친 용의주도함에, 이제 웃을 수 밖에 없다.
혹시, 이렇게 될 걸 예측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겠습니다」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렌코를 보며 만족스럽게 유메미는 미소를 띄운다.
「치유리, 준비 부탁해」
「알았어―」
잠깐 산책하러 가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역시 그런 점이, 교수인 까닭일 것이다.
질 수 없어, 렌코는 그렇게 결의를 새롭게 다지고.
「교수는 알고 계셨나요?」
「응―」
「……그에 대해」
유메미가 린노스케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던 건 렌코도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그 흥미가 어느 정도의 레벨이었던 걸까.
……지금의 렌코로서는, 제법 신경 쓰이는 점이었다.
「뭐 대강 예상대로 랄까」
그렇게 말하며 렌코는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을 받아, 렌코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무래도 1권의 책인 것 같다.
「이건?」
「애초에 내가 마법에 흥미를 가진 건 그 책 때문이야.
낡은 가게의 일기로. 그 책――」
몇번이나 다시 읽었을 것이다.
너덜너덜 해진 그 표지에선, 확실히 한자를 읽어낼 수 있다.
「――동방향림당이라고 하는데」
언뜻 보기엔 쓰레기 버리는 곳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건물 앞에, 렌코는 서 있었다.
가게 문 같은 것 옆에는 너구리 장식물이나 도로표지판, 구식 PC등이 산처럼 쌓여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가게 이름으로 보이는 문자가 쓰여진 간판이 내걸어져 있었다.
――향림당.
「어서……」
점내에 한 걸음 발을 디디자, 점주의 인사가……도중에 끊긴다.
가게에 있던 무녀와 마법사 같은 모습을 한 소녀가 노려 봐 오는 걸을 알 수 있다.
친구의 모습도 확인했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이윽고 쓴웃음을 띄운다.
어서와, 어디에선가 그렇게 들려 온 것 같았다.
「교수는 나중에 온대.
정말 노발대발 했었어. 아직 졸업 증서는 건네주지 않았다며」
「……그래. 그럼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겠군」
유메미는 신세를 진 무녀에게 인사하고 오겠다는 것 같다.
여기와는 또 다른 세계인지도 모른다.
뭐, 사소한 문제다.
지금은 그것보다…….
「나도, 아직 다 전수해 주지 않았어, 린노스케군」
「이런, 그랬던가」
「그래. 하지만 나, 이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가르쳐 주면 기쁠텐데」
「너에게는 빚이 있기도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상관없어」
고개를 끄덕이는 린노스케를 보며, 렌코는 미소지었다.
「그럼, 또 잘 부탁해.
하는 김에 이 집에서 사는 법도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함께 살 생각이야?」
「응. 왜냐면 그 밖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게다가, 지금까지 함께 살았었잖아」
린노스케와 함께 있던 소녀들의 시선이 강해져 갔지만, 렌코는 모르는 체 한다.
「그런데도, 갑자기 사라지다니――」
카운터 앞에, 멈춰 선다.
이런 이런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그는, 역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전혀 변한 게 없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생긋 웃으며 렌코는 그렇게 말했다.
끝.
[출처] 人生道草
'SS > ┗외계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교토 환상 제4.4화 (0) | 2013.07.12 |
---|---|
서교토 환상 제9화 (0) | 2013.07.12 |
서교토 환상 제8화 (0) | 2013.07.12 |
서교토 환상 제7화 (0) | 2013.07.12 |
서교토 환상 제6화 (0) | 2013.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