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토 환상 제9화
SS/┗외계 여행기 2013. 7. 12. 20:18 |『서교토 환상 제8화』의 다음 이야기.
아마 다음으로 라스트입니다.
린노스케 렌코 메리
――린노스케씨.
단지, 그녀가 쓴 문자를 읽는 것만으로,
귀에 익은――몇번이나 반복해 온 대화가, 이상한 현실감을 수반해 메아리 친다.
「새해 복 많이 받아, 레이무」
린노스케는 혼자 중얼거리며, 다 읽은 편지를 종이 다발 제일 위에 겹쳐 놓았다.
이걸로 대충 다 훑어보았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지인으로부터 편지――연하장이 도착했다.
전에 유카리가 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했었지만, 몇번이나 주고 받는 건 현자라고 해도 힘들고 끝이 없다고 하므로, 연하장으로 보내게 되었다.
「모두, 이 정도 빈도로 가게에 와 준다면 좋을텐데」
산처럼 쌓여 있는 엽서를 보고, 쓴웃음을 짓는 린노스케.
연말연시 휴일에, 린노스케는 혼자 이 방에서 집을 보고 있었다.
신년이 되면 대학은 곧바로 시험 기간에 접어든다.
린노스케에게 있어서는 아마 이게 마지막 시험이다. 여기서 떨어질 수는 없다.
렌코는 친가로 돌아갔고, 메리 또한 따라 갔다.
애초에, 유카리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거리따윈 관계없기 때문에, 몇번이나 모습을 보러 나타났지만.
이 연하장도 연시에 유카리가 가져온 것이다.
읽는 것도 꽤 힘들었지만, 쓰는 것도 상당히 고생한 것 같다.
건네주는 걸 잊으면 실례라고 생각해……하는 김에 영업도 겸해, 단골은 커녕 요정에게까지 연하장을 썼으므로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유카리가 직접 보내 준다고 했으니, 적어도 주소는 쓸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랄까.
애초에, 편지의 내용이라 봤자 간단한 인사 정도지만, 한사람 한사람 문면을 바꾸는데 고생 했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연하장이라는 풍습은 이미 없는 것 같아, 렌코로부터는 메일로 새해 축하 메세지를 받았다.
그리고 치유리로부터도 받았다.
그것에 따르면, 유메미는 연구가 절정에 이르렀다며 일손을 놓을 수가 없다는 것 같다.
「……조용하군」
평상시 셋이서 살고 있는 이 방은, 혼자서 보내기엔 좀 너무 넓다는 생각이 든다.
셋이서 보낸 기간이 길었기 때문일까.
「겨우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백년 이상 살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의 1년은 린노스케에 있어서 큰 것이었다.
겨울인데도, 에어콘 덕분에 기온은 쾌적하다.
난로와는 달리 너무 더워 질 일도 없다.
환상향에 돌아가도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환상향에 반입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있었다.
사실, 향후 도움이 되는 건 매우 조금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 다.
그런데도, 린노스케는 만족했다.
평소의 꿈이 실현된 탓이기도 하고…….
――그 소녀들 덕분에, 충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탓이기도 하다.
「음, 벌써 이런 시간인가」
뇌리에 떠오른 소녀의 얼굴에, 린노스케는 문득 깨달았다.
오늘은 그녀들이 돌아오는 날이었을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그 때, 현관으로부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계속해서, 허둥지둥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온다.
「렌코, 너무 서두르지마」
잠시 후 메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린노스케는 재빠르게 편지를 정리하고, 방으로부터 얼굴을 내밀었다.
「다녀왔어, 린노스케씨」
「어서와, 메리. 오랜만, 이려나」
「그렇네. 그렇게 되겠네」
유카리와는 몇일전에도 만났었지만.
메리는 미소를 띄우며, 가볍게 인사 했다.
「메리, 빨리 빨리」
「알고 있다니까」
렌코의 손짓에, 쓴웃음을 짓는다.
「린노스케씨, 잠깐만 기다려줘」
「아휴……」
그러나 그 소란스러움에, 안심하는 자신에게, 린노스케는 어깨를 으쓱한다.
완전히 이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모양이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잠시 기다리자.
「이제 됐어―」
「언제부터 숨바꼭질를 하게 된거지」
노크 소리를 듣고 리빙에 나오자, 렌코가 자랑스럽게 서 있었다.
「쨘~, 어때, 린노스케군?」
그 순간.
린노스케는 그 모습에 정신을 빼앗겼다.
화려하고 아리따운 그 모습에, 감탄의 한숨을 내쉰다.
「호오……이거 참 훌륭한 후리소데(*1)군」
「그치? 친가에 있길래 적당히 가져와 봤는데.
린노스케군에게 보여주려고 입어 봤어.
메리가 입는 걸 도와주긴 했지만」
「돕게 한 거겠지」
쓴 웃음을 띄우는 메리는 평소처럼 양복 모습이었다.
지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렌코의 심부름을 한 탓일 것이다.
「꽤 오래된 물건인 것 같은데……상당한 값어치의 물건이군」
「그래?」
「아아. 친가에서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거 아닐까?」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휙 눈을 피하는 렌코를 보며 린노스케는 한숨을 내쉰다.
정말로 적당히 가져왔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녀도 상당히 눈이 좋다는 게 된다만…….
「과연 린노스케씨」
「이정도 감정이야 뭐.
흠, 그건 그렇고 보면 볼수록……」
가만히 응시해 오는 린노스케를 보고, 렌코는 뺨을 붉혔다.
그리고 수줍음을 숨기듯이, 조금이지만 불쾌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인다.
「아이 참, 아까부터 옷만 칭찬하고 있잖아!」
「뭐, 뭐, 잘 어울려」
「그, 그래?」
그 수줍움이 전염 됐는지, 린노스케도 어색하게 뺨을 긁적인다.
그 순간, 침묵이 찾아온다.
「……나도 기모노 가져올 걸 그랬나」
그런 두 사람을 보고……메리가 툭하고 입을 연다.
그녀의 말에 린노스케는 당황한 듯이 말을 꺼냈다.
「후리소데라고 하면, 미혼 여성의 의상이라는 인식이 있어.
그 이유에는 긴 소매에 남성을 유혹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으로…….
아아, 후리소데에는 대후리소데나 중후리소데, 소후리소데가 있어서 말이지……」
「흐응」
린노스케의 온축을, 흥미없다는 듯이 들은체 만체 하는 렌코.
그러나 문득 뭔가에 깨달았다는 듯이, 소매를 흔들어 본다.
흔들 흔들.
흔들 흔들.
「뭘 하고 있는 거지?」
「에? 아 그게……아무렇지도 않아?」
「응?」
고개를 갸웃거리는 린노스케를 보고, 렌코는 한숨을 내쉰다.
「자기가 그렇게 말해놓고는……」
「그것에 깨달을 것 같은 사람이였으면 고생 하지 않아……」
들리지 않게, 메리는 동의한다.
「그래서, 린노스케군 쪽은 어때? 공부는 진전됐어?」
「그럭저럭, 이려나」
아무리 그래도 이것저것 다른 사람에게 응석 부려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해, 린노스케는 겨울 방학 동안 쭉 공부하고 있었다.
일단은.
그러나.
「……저 얼굴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얼굴이야, 렌코」
「정말?」
「응. 린노스케씨는 거짓말을 할 때 이마에 주름이 모여」
메리의 발언에, 무심코 린노스케는 이마를 가렸다.
「린노스케군……」
렌코의 의심스러워 하는 시선을 보고, 속았다고 깨닫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다.
어색한 공기가 근처를 지배한다.
「아니, 달라. 진전하긴 했어.
언제나 한 것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렇겠네―. 린노스케군은 머리는 좋은데 곧바로 다른 생각을 하니까 말이지」
「고찰도 좋지만, 테스트를 위해서…… 점수를 취할 공부는 해야지」
메리와 렌코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마음껏 한숨을 내쉰다.
「1년 더, 함께 있을래?」
「친가에 연락할까?」
친절한 시선과 어조에, 린노스케의 마음이 아프다.
「……도와줬으면 좋겠어」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면 될텐데」
「뭐, 린노스케씨 다워」
그래도, 정말로 쓸데없지는 않았다.
이 세계의 도구가 환상향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환상향의 기술로 이 세계의 도구를 재현시킬 방법 등.
실로 가치가 있는 공부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점수는 취할 수 없겠지만.
「그럼 돕는 대신에, 나랑 조금 어울려줘」
「상관없지만, 어쩔 생각이지?」
「응, 모처럼 후리소데 입었으니까. 나가고 싶어서 말이야.
괜찮아, 그 정도 쳐진 건 곧바로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변함 없이 자신감 가득히 고개를 끄덕이는 렌코였지만, 그녀에게 걸리면 정말로 그렇게 되기 때문에 경시할 수 없다.
돌보기 좋아하는 렌코는 가르치는 법도 능숙하다.
그건 1년 가까이 함께 지낸 린노스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알았어. 기분 전환도 필요하니까 말이지.
그래서, 어디로 갈거지?」
「첫 참배야. 메리가 정월에는 그런 걸 한다고 가르쳐 줬어」
「첫 참배라고 하면 신사려나」
신앙심이 적은 이 세계에서, 이미 첫 참배라는 풍습은 사라진 것 같았다.
물론, 시골 쪽은 모르겠지만…….
「응. 항상 사람이 없기 때문에 후리소데가 더러워질 걱정도 없고.
뭐, 다른 건 있지만」
「다른 거?」
「맞아 맞아, 메리라면 입구가 보이겠지만……뭐, 상관없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후 렌코는 미소를 띄운다.
린노스케에게 손을 뻗어, 권한다.
「하쿠레이 신사라고 하는데」
----------------------------------------------------------------------------------------------------------
(*1)후리소데. 일본의 전통의상. 기모노 가운데 가장 화려한 것으로, 성인식·사은회·결혼식 등에 입는 미혼 여성의 제1예복이다.
심심한 나머지 후리소데 이미지를 몇 개쯤 모아봤습니다. 클릭
다음이 마지막화군요.
[출처] 人生道草
'SS > ┗외계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교토 환상 제4.4화 (0) | 2013.07.12 |
---|---|
서교토 환상 제10화 (1) | 2013.07.12 |
서교토 환상 제8화 (0) | 2013.07.12 |
서교토 환상 제7화 (0) | 2013.07.12 |
서교토 환상 제6화 (0) | 2013.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