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여기서 사지 않았던 게 불만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네」 「아니, 이만한 양은 향림당에 없으니까. 마을에서 산 건 정답이야」 「하지만 불만스러운 얼굴인데」 「상점으로서는 손님의 요구에 응할 수 없었던 것 자체가 불만이야. 그렇다고 해도 여기는 옷 가게가 아니니까. 단순히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야」 「마치 상인 같은 말을 하네. 항상 그랬으면 좋겠지만」
조롱하는 것 같은 앨리스의 시선에, 린노스케는 시선을 피한다. 그 모습에 그녀는 더욱 더 즐거운 듯이 미소를 띄우고…….
창문에 비치는 하늘을 보고, 한숨을 흘린다.
「집이 걱정인가? 도둑이 들 것 같아서」 「열쇠는 걸고 왔으니까 그 걱정은 없는데……. 만들다만 인형이 그대로인 게 걱정이야. 그 아이, 아직 알몸이니까 ……알몸이라고 부를 만큼의 신체도 아직 만들지 않았지만」 「그런가. 소중히 다루고 있구나」
앨리스는 단념한 듯이 창문으로부터 시선을 피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 린노스케를 바라봤다. 남은 차를 입에 옮기고, 찻잔을 비웠더니 린노스케가 재차 주전자를 기울인다.
고마워, 그 한마디로 잠깐 침묵이 떨어진다. 들리는 것은 빗소리뿐. 그렇다고 해서 결코 싫은 시간은 아니다.
약간 지나서, 다시 앨리스가 입을 열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말을 이해하고, 행동한다. 그건 인형일까, 요괴일까」 「……자립 인형 이야기야?」 「응. 이번 연구로 자립에 관해서는 왠지 모르게 목표가 설 것 같지만……. 앞으로 한걸음 정도 부족해」
큰 것에는 그만큼 무언가가 머물기 쉽다. 그녀는 그것을 이용하려고 했겠지. 그러고 보니 몇번이나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영혼을 머물게 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을 때 생각했지만. 츠쿠모가미라든가 있잖아?」 「만물에는 신이 머물러 있으니까. 영혼을 머물게 한다는 건 좀 달라」
머리를 흔드는 린노스케였지만,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니겠지. 앨리스도 그다지 신경쓰는 모습도 없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무언가가 빙의한다면 그것에는 의지가 깃들어, 이 둘에 차이가 있는 거야?」 「흠……. 만약 기억도 자각도 없다면……어렵겠지」 「역시 그렇네」
린노스케는 도구의 이름을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도구의 소리인지, 도구에 머문 신의 목소리인지, 혹은 도구에서 들려오는 사용자나 제작자의 목소리인지, 는 구별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인형이 자립할 수 있을까」 「그렇군……」
린노스케는 골똘히 생각했다. 인형은 그 이름처럼 형태를 가진 것이다. 사람의 형태라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색을 칠해 보면 어떨까」 「색?」
그 말에, 앨리스는 머리를 기울인다. 말 그대로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럼 뭘까, 듣자마자 나오지는 않았지만
「너 같은 만능 마법사는 깨닫기 어려울지도 모르지. 단일 속성 밖에 취급할 수 없는 마법사는 많이 있어」 「뭐, 그렇지……」
앨리스든 파츄리든, 모든 속성을 취급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마리사는……그다지 다양한 속성을 행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애초에 한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능력이 낮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네. 그건 알고 있어」
린노스케는 모코우나 우츠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들은 마법사는 아니지만……우선, 불 밖에 다루지 않는다. 단지 그 다루는 열량이나 능력이 현격한 차이를 뛰는 것 뿐.
「색이 한가지 밖에 없는 건 습득이나 제어가 편리하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개인에게 맞는 게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해」 「……그렇네, 그 말이 맞아」
앨리스도 같은 사람을 떠올린 것 같다. 수긍하는 그녀에게, 린노스케는 말을 잇는다.
「속성은 즉 성질, 성격, 그리고 색이야. 그러니까 색을 칠한다는 것은 그만큼 무언가가 머물기 쉬워진다는 거지」 「과연. 알긴 알겠는데……. 그래서, 불의 인형이라도 만들어야 된다는 거야?」 「아니, 이 경우의 색은 그렇지 않아」
린노스케는 그 때 찻잔이 비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하고 있었던 탓인지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비어 있던 차 주전자에 보온병으로 뜨거운 물을 따라, 잠시 기다린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색이라는 건 사람의 성질도 나타내 예를 들면 마리사가 사용하는 마법……」 「연부. 확실히, 마리사 다운 마법이야」
즉「답다」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납득한 앨리스에게, 린노스케는 수긍했다.
「이해가 빨라 다행이군. 앞으로는 외형, 이려나. 마리사가 마법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건, 그런 의미도 있을테니까」 「……좀 전부터, 마리사 이야기만 하네」 「아아, 너에게도 알기 쉬운 예를 내 보였다만」 「확실히 알기는 쉽지만……」
앨리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따라진 차로 목을 적신다.
――흐린 하늘과 자신의 마음, 그 둘 다 단번에 개이고 싶다.
「그칠 것 같지 않네」 「몇일동안 계속된다지? 네가 말한 말이야」 「그래. 확인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는데……」
본래라면 비가 내리기 전에 돌아가, 작업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짐을 두고 앨리스만 돌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주눅이 든 앨리스에게, 린노스케는 도움의 손길을 내주기로 했다.
「그럼, 우리집에서 작업하면 되잖아」 「괜찮은거야? 상당히 어질러 질거라고 생각하는데. 천 조각이라든가」 「아아. 이 비라면 손님도 오지 않을테니까. 몇일 동안은 전세야」
게다가 환상향 굴지의 재봉술을 볼 기회다. 시간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런 린노스케의 생각을 앨리스도 잘 알고 있었다. 앨리스는 잠시 생각하고 수긍한다.
「그럼, 호의를 받아들여 볼까」 「아아. 느긋하게 있어도 돼. ……아직 빠르지만, 저녁식사 준비라도 해 올까. 어느 새, 벌써 이런 시간이야」 「그럼 내가……」 「아니, 너는 그 짐의 정리를 해줘. 저기 구석에 놓아도 돼」 「알겠어」
사쿠야는 소쇄한 미소를 짓는다. 이 완벽한 메이드가 손님으로 와서 내온 물건을 거절하다니 드물다, 린노스케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곧바로 그 의문은 해결됬다.
「으……」 「맛 없지?」
아무래도 사쿠야는 본 것만으로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린노스케는 우거지 상을 쓰면서 홍차를 단숨에 들이킨다……즐거운 듯이 미소짓고 있는 사쿠야의 얼굴을 원망하듯 응시했다.
「알고 있었다면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알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던 거예요. 차의 등급은 그럭저럭, 하지만 끓인 사람의 실력이 나쁘면……」 「귀가 따갑군」
아휴, 하고 린노스케는 책을 덮는다.
「뭡니까? 그거」 「아아, 바깥 세계의 책이야. 홍차에 대해 여러가지 쓰여 있었으니까 흉내내 봤지만……」 「잠깐 실례할게요」
다음 순간, 책은 사쿠야의 수중에 들어가 있었다. 사쿠야의 능력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일일이 반응하지 않지만, 내심 상당히 놀랬다.
「……과연」 「뭘 알았다는 거지?」 「이거 꽤 상급자전용의 책이야」 「상급자, 인가. 곤란하군, 아마추어라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홍차를 마신 건 몇 십년이나 전의 이야기다. 아마추어라고 말해져도 부정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엔 뭘 찾는 거지?」 「응, 뭔가 재밌는 거라도, 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쿠야는 말을 끊고, 수중의 책을 내몄다.
「이 책을 받을게」 「과연, 상급자라는 건가. 하지만……」 「대금은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으로 어떨까?」
흠, 하고 린노스케는 제안에 대해 생각해 본다. 확실히 맛있는 홍차를 마실수 있다면 저 책은 필요 없어진다. 읽을 거리로는 꽤 흥미로웠지만……비슷한 책이라면 몇개쯤 있다. 게다가, 스스로의 취미 기호가 증가한다는 것은 금전으로 바꿀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
「조건이 있어」 「뭔데?」 「내가 홍차를 끓일 수 있게 된다면, 찻잎을 좀 나눠주지 않을래?」 「어머, 팔 만큼 있는 거 아니었어?」 「여기는 고물상이야. 찻집이 아니야. 조금 있긴 있지만, 품질이……」
기호품 중에서도 고급품이라는 것은 좀처럼 무연총에 흘러 오지 않는다. 망각과는 인연이 먼 존재라는 것은 훌륭하지만, 린노스케에게 있어서는 조금 곤란하다.
「그 점에 비하면 홍마관의 물건이라면 안심이잖아?」 「……그렇네. 알겠습니다」
사쿠야의 승낙에, 린노스케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과연 방금전처럼 맛없는 걸 계속 마실 수는 없다.
「그럼 빨리 시작해볼까요. 찻잎은 아직 있죠?」 「응, 있지만……. 이 등급으로 괜찮을까?」 「예, 상관없어요」
사쿠야는 생긋 웃고.
「어차피 몇번이나 실패할 테니까. 게다가 같은 찻잎 쪽이, 맛의 차이가 명확하잖아?」
홍차 넣는 법은 책으로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사쿠야의 방식은 조금 달랐다. 이것이 홍마관식인건지 그녀 개인의 방법인건지는 모르겠지만.
「홍차를 끓이는 기술적인 패턴은 조금 전 설명했던 대로입니다. 앞으로는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설탕이나 밀크, 잼……당신이라면 술을 좀 넣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네」 「술인가」 「응, 브랜디 같은 게 일반적이려나」
사쿠야의 강습을 받아 린노스케는 재빨리 홍차에 챌린지하게 되었다. 양, 온도, 뜸 들이는 시간……. 사쿠야 가라사대, 시간을 재는데 시계는 사용하지 않는 것 같지만, 린노스케가 할 수 없는 곡예이므로 회중 시계의 초침을 노려보는 것도 잠시.
「좋아, 이제 됐겠지」 「……응. 처음치고는 그럭저럭, 일려나. 뭐, 내가 가르쳤으니까……」
테이블에 앉아,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는 사쿠야에게 쓴웃음 짓는 린노스케.
그녀로부터 가르쳐 받은「기본」을 사용한 홍차는 만들 수 있었다. 앞으로는 린노스케의 취향에 맞추어 넣을 때마다 조금씩 바꾸어 가면 된다. 그게 가능한 것도, 차의 매력이기 때문에.
「그럼 한번……」 「기다려」
컵을 드려는 손을, 사쿠야가 멈춘다.
「우선은 시각으로, 다음은 후각으로. 눈으로 홍색을 즐긴 다음에……」 「과연」
린노스케는 재차 컵을 들어 올려 코끝에 갖다대고 느긋하게 눈을 감는다. 깊은 홍차의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확실히, 홍차도 나쁘지 않다.
「응……? 으뭇……」 「응……」
갑자기 컵이 누군가에게 빼앗긴 순간, 목 안쪽을 뜨거운 액체가 통과한다. 놀라 눈을 뜨자, 사쿠야의 긴 속눈썹이 거기에 있었다. 입술에 느껴지는 감촉은, 역시 입술. 덤으로 혀를 요염하게 얽혀온다.
……홍차 맛의 키스는, 모두 그녀의 타액으로 씻어 흐르게 될 때까지 충분히 계속되었다.
「잘 먹었, 습니다」 「…………」
린노스케가 말을 하는 것보다 먼저, 사쿠야가 입을 연다.
「어떻셨나요? 처음 마신 홍차보다 맛있었죠?」
기죽지도 않고 미소짓는 사쿠야에게, 린노스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계속 고민한다.
「마지막 레슨입니다. 홍차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예요」
그 말만 남기고, 그녀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 책도 함께 사라진 걸 보면, 시간을 멈추고 돌아간 것 같다.
「……곤란하군……」
린노스케는 아직 감촉이 남아 있는 입술에 티컵을 댄다. ……홍차의 향기와 함께 생각나는 것은 좀전의 기억. 설마 이게 그녀의 목적이었던 걸까…….
「…………」
문득, 입구에 사람 그림자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쩐지 신체가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분명 기분탓일 것이다.
린노스케는 힘껏 미소를 띄워 떨리는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향림당에 오신……」
「―읏……!!!」 「사쿠야―? 무슨 일이야, 돌아오자 마자 침대에 기어들어가 파닥파닥 거리기나 하고……」 「자, 작은 아가씨!? 보고 계셨습니까?」 「응, 파츄리가 잠깐 용무가 있다길래……왜 얼굴이 빨개?」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아무것도. 그럼 저는, 그 용무라는 것을……」 「흐응……」
평상시와 다른 모습의 메이드에게, 프랑은 툭하고 중얼거렸다.
「왠지 그 가게 냄새가 나」 「!?」 「저기―저기―, 무슨 일 있었어? 어쩐지 사쿠야가 평상시와 다른 건 그 때문이야? 무슨 일 당했어?」 「아니요 그……」 「뭔가 당한 거라면 내가 보복을……」 「아니요! 이건 부끄럽기 때문에 랄까 기쁘기 때문이랄까……」 「기뻐? 어째서?」 「우……」